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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서 사라진 4분...라이벌 항공기엔 보조배터리 있었다 본문
전남 무안공항에서 충돌한 제주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에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 운항 전문가들은 양쪽 엔진이 고장 나 기체가 전원 셧다운(공급 중단) 상태에 빠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고기에는 이럴 때 비상용 배터리 역할을 하는 보조장치가 없었는데, 라이벌 항공기에는 이 같은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11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B)에서 사고기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를 분석한 결과 항공기가 로컬라이저에 충돌하기 약 4분 전부터 두 장치 모두에 자료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고기의 전파 기반 항공기 추적 시스템(ADS-B) 역시 비슷한 시점에 정보 송출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기장이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외치고 복행을 통보한 무렵 셧다운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항공기 엔진 2개가 모두 손상되면서 전기 계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블랙박스에 정보를 내놓는 송신 기능 역시 마비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공통으로 채택한 항공기 인증 기준에 따르면, 대형 조류(1.8~3.65㎏)가 흡입됐을 때 엔진에서는 불이 나지 않아야 한다. 중형 조류(1.35㎏ 이하)가 흡입되거나 소형 조류 7마리가 흡입되더라도 엔진 등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이번 사고에서 조류 충돌로 인해 엔진 2개가 모두 작동하지 못했고, 발전기가 멈춰 CVR, FDR과 ADS-B 모두 끊겼다면 항공기 인증 기준에 비춰 항공기 결함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고 기종 보잉 737-800에는 비상용 배터리 역할을 하는 보조장치가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보잉과 함께 전 세계 항공기 납품을 양분하는 에어버스의 라이벌 기종 A320에는 램 에어 터빈(RAT)이 장착되어 있다. RAT는 항공기의 주 엔진 동력이 손실되는 비상사태시 유압과 전기를 생성하는 별도의 소형 풍력 터빈으로, 이 백업 전원은 주 엔진이 고장 난 경우에도 비행 제어와 항공 전자장치 및 필수장비와 같은 중요 시스템이 계속 작동하도록 보장한다.
영국 BBC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항공우주 대기업 보잉은 올해 비참하고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며 보잉사의 안전과 품질 관리 위기를 짚었다. 올해 1월 5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맥스 항공기는 상승한 지 몇 분 만에 동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비상 착륙했다. 이 사건으로 보잉사가 항공기 제작 일정을 재촉하고, 생산 증대를 요구하며 압박한 탓에 737과 787기종의 안전성이 저하됐다는 주장이 다시금 조명받았다. 올해 6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보잉사 경영진들은 “이익만을 위해 제대로 안전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여러 문제가 발생하며 보잉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한때 라이벌 업체 에어버스와 정면으로 경쟁했지만, 지난 5년간 납품 항공기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작년 9월까지 보잉은 항공기 291대를 납품한 반면 에어버스는 497대를 납품했다.
미국에서 보잉사와 사고기종 엔진제조업체 CFM인터내셔널 등을 상대로 제조물책임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추진 중인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에어버스320은 RAT를 통한 백업 전원을 확보해 추가적인 안전을 제공하는 ‘강화된 중복성(Redundency)’을 설계에 반영한 데 반해 보잉은 이를 무시하고 RAT를 누락한 것은 설계 결함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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