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하면 왜 머리카락이 빠질까?

<사진 : 픽사베이>

간헐적 단식은 체중 감량 등 건강을 목적으로 많은 이들이 실천하고 있는 식사 습관 가운데 하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선 성인의 약 12%가 간헐적 단식을 해본 경험이 있다.

간헐적 단식이란 일정 기간 동안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 하루 식사를 8시간 내에 모두 마치고 나머지 16시간을 공복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칼로리 섭취량이 줄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염증 감소와 함께 심혈관 질환 위험이 줄어드는 등 다양한 건강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일까? 회복 단계에서 대장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에 이어 이번엔 탈모라는 뜻밖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저장성 서호대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간헐적 단식을 한 생쥐는 그렇지 않은 생쥐에 비해 모발 재생이 더딘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간헐적 단식이 모발을 생성하는 모낭 줄기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도 생쥐보다는 약하지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피부나 모발 같은 말단 조직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간헐적 단식의 이점이 피부 조직 재생에도 통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털을 깎은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간헐적 단식 실험을 실시했다. 한 그룹에겐 하루 8시간만 먹이를 주고, 다른 한 그룹에겐 격일로 먹이를 줬다. 대조를 위해 또 다른 그룹은 24시간 내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간헐적 단식을 하지 않은 생쥐들은 30일 후 대부분의 털이 다시 자랐다. 반면 간헐적 단식을 한 두 그룹은 96일 후에야 부분적으로 털이 다시 자랐다.

연구진은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간헐적 단식으로 인해 모낭 줄기세포(HFSC)가 산화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냈다.

단식을 하지 않은 생쥐는 털을 깎은 뒤 20일째부터 줄기세포가 활성화되기 시작해, 털이 다시 자랄 때까지 활성 상태를 유지했으나, 단식 생쥐들의 줄기세포에선 단식 기간에 세포 사멸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세포 사멸은 공복 중에 모낭 근처의 지방조직이 방출하는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 수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모낭 내에 유해한 활성 산소가 쌓여 나타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유리지방산은 어떤 한 곳에 저장돼 있지 않고 몸 속을 떠다니는 지방산을 말한다. 유리지방산은 시험관 실험에서 인간 모낭줄기세포의 세포 사멸도 일으켰다.

그러나 단식 전과 단식 중간에 항산화 크림을 발라주면 모발 성장이 억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헐적 단식에 따른 탈모 부작용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핵심 장기 보호에 집중하려는 전략?

연구진은 또 건강한 젊은 성인 49명을 대상으로 하루 18시간 금식하는 간헐적 단식을 10일간 실시한 결과, 단식 그룹의 모발 성장 속도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18% 느려진 걸 확인했다. 연구진은 “생쥐는 인간에 비해 대사율이 높기 때문에 단식의 영향이 더 크다”며 “사람한테서는 평소보다 약간 느려지는 효과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외메르 일마즈 교수(줄기세포 생물학)는 네이처에 “단식이 대부분의 세포 유형, 아니 줄기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 유형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 연구는 기대했던 것과는 반대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은 왜 이런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뉴욕 록펠러대의 일레인 푸치스 교수(피부생물학)는 네이처에 “간헐적 단식에서는 몸이 다음에 식사를 언제 받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장기는 배제하고 주요 핵심 장기를 보호할 필요가 생긴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장 빙 교수는 “우리는 간헐적 단식이 많은 유익한 효과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간헐적 단식에 대해 겁을 주려는 것은 아니며 다만 의도치 않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간헐적 단식이 피부를 포함한 다른 신체 부위의 줄기세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