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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믿고 노망주 트레이드… LAD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오타니-베츠와 환상 궁합? 본문
다소간의 중복 투자처럼 보였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프런트는 역시 다 계획이 있었다. LA 다저스가 김혜성(26)을 영입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한때 팀 최고 유망주였던 개빈 럭스(28)를 전격적으로 트레이드하며 선수단 정비에 나섰다. 럭스 트레이드 가능성이야 끊임없이 흘러나왔지만, 이를 곧바로 실행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얼마 없었던 가운데 김혜성의 향후 거취도 계속 흥미를 더하고 있다.
LA 다저스와 신시내티는 7일(한국시간) 한 건의 트레이드를 발표해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다저스는 팀의 최고 유망주 출신이자 지난해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로 보내는 대신 신인드래프트 경쟁 밸런스 A라운드 지명권(전체 37순위)과 외야 유망주인 마이크 시로타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다저스는 복잡한 내야의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럭스를 트레이드하면서 많은 팬들의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럭스 트레이드는 사실 오랜 기간 현지 언론에서 떠돌던 이야기가 아니다. 다저스가 굳이 지금 시점에서 할 필요는 없는 트레이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후반기 좋은 성적으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보탬이 된 전력도 있었다. 당장 럭스가 빠지면 팀의 주전 2루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4일(한국시간) 다저스가 김혜성과 3년 보장 1250만 달러, 3+2년 최대 222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럭스 트레이드 가능성이 매일 현지 언론으로부터 타전됐다.
이유는 김혜성의 영입으로 다저스의 내야가 너무 북적이기 때문이다. 김혜성을 1년도 아닌, 3년 보장 계약에 데려왔다는 것은 다저스가 김혜성을 확실히 쓸 선수로 분류하며 데려왔고, 김혜성의 안정적인 적응을 위해 뛸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상황에서 직접적인 경쟁자가 된 게 럭스였다. 김혜성의 주 포지션이 2루였기 때문이다. 김혜성과 럭스는 모두 좌타자로 플래툰 기용도 어려웠다. 영역이 거의 대부분에서 겹치고 있었다.
한편으로 다저스는 내·외야를 겸업하는 베테랑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 크리스 테일러, 유격수와 2루수를 겸하는 베테랑 내야수 미겔 로하스, 외야수와 2루수·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는 토미 에드먼까지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많았다. 이들이 다 26인 로스터에 들어가려면 앙헬 파헤스 혹은 제임스 아웃맨이라는 팀의 젊은 외야수들 중 하나가 빠져야 했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으로 메이저리그 주요 소식통 중 하나인 켄 로젠탈은 5일(한국시간) MLB 네트워크의 한 방송에 출연해 김혜성의 이적이 럭스의 트레이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봐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로젠탈은 "한 명의 다재다능한 선수를 더 영입한 것은 분명히 다저스에게 추가적인 기회를 더 열어줄 수 있다.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하는 것도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6일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트레이드 이야기가 나왔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팻 라가조 또한 6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양키스는 LA 다저스 2루수인 개빈 럭스의 트레이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소식통에 따르면 양키스는 몇 주 전 럭스에 관심을 표명했고, 시애틀 매리너스 또한 이 내야수를 더 공격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여 역시 럭스 트레이드가 하루 종일 화제가 됐다.
다만 당장 이뤄질지는 알 수 없었다. 김혜성의 적응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리 럭스를 트레이드하면 추후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다시 에드먼을 2루로 보내는 등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했다. 여기에 럭스는 아직 FA까지 2년의 서비스 타임이 남아 있었고, 지난해 후반기 반등하기는 했지만 한창 좋을 때의 트레이드 가치는 아니었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트레이드를 해도 된다는 반응이 절대 다수였다.
하지만 김혜성 영입 당시까지만 해도 럭스 트레이드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였던 브랜든 곰스 LA 다저스 단장과 프런트는 마치 그간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는 듯 럭스를 곧바로 트레이드했다. 김혜성 영입 이후 럭스가 '트레이드 카드'로 보이는 점이 있었고, 신시내티를 비롯해 많은 팀들이 이런 점에 착안해 트레이드 논의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
다저스 팬들로서는 애증의 선수가 떠난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다저스의 1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럭스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향후 다저스의 내야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로 뽑혔다.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유격수 유망주이기도 했다. 다저스의 모든 내야 구상, 특히 유격수는 한때 럭스를 위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런 럭스는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한동안 2루수로 뛰며 적응 기간을 거쳤다.
다저스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럭스의 유격수 활용을 고려했지만 럭스가 시범경기 도중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하면서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럭스는 이 부상 여파로 2023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재활에만 매달렸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도 다시 '유격수 럭스'의 시나리오를 가동했지만, 시범경기 도중 수비에서 여러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구단을 고민에 빠뜨렸다. 결국 다저스는 프로 무대에서는 유격수를 본 적이 없는 무키 베츠를 이 자리에 넣어야 했고, 럭스는 2루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럭스의 메이저리그 성적은 마이너리그 당시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이제 슬슬 이른바 '노망주'로 분류해야 할 시간이었다. 럭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412경기에서 타율 0.252, 출루율 0.326, OPS(출루율+장타율) 0.709에 머물렀다. 공·수 모두에서 특급 유망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공격도 평균보다 아래, 유격수 수비 또한 낙제점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FA 자격이 다가오고 있었고 다저스는 럭스가 값어치를 가지고 있을 때 파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저스는 2025년 개막전 2루수로 럭스를 낙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혜성을 영입했고, 곧바로 신시내티의 트레이드 제안을 받아들였다. 반전이라면 꽤 큰 반전이다.
한편으로 럭스가 없어도 내야는 그럭저럭 돌아갈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츠를 팀의 개막 유격수로 낙점한 다저스는 2루를 볼 수 있는 자원들이 제법 많다. 김혜성을 비롯, 테일러·로하스·에드먼 모두 2루를 소화할 수 있다. 수비가 필요할 때는 로하스를 유격수로 두고, 베츠가 2루로 갈 수도 있다. 여러 옵션이 있는 셈이다. 한편 마이너리그에도 유격수 유망주들이 제법 많은 다저스다. 럭스 없이도 앞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럭스의 이적으로 김혜성의 출전 시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저스가 내야에 추가 보강을 하지 않는 이상 개막 로스터 합류 자체가 굉장히 유력해졌다. 일각에서는 김혜성에게 주전 2루수를 맡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테일러는 여러 포지션에서 쓸 것으로 보이고, 현재 외야 구성상 에드먼은 중견수 스타트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로하스는 유격수 백업을 봐야 한다.
현지 언론에서도 럭스가 트레이드된 이후 김혜성을 선발 9번 2루수로 보는 시각이 부쩍 늘었다. 9번 타순을 2루수 누군가가 소화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럭스의 이적으로 김혜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해 평균 정도의 타율과 출루율만 유지할 수 있다면 이 타순은 꽤 조합이 좋아 보인다. 김혜성의 빠른 발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상위 타순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큰 틀은 이미 나와있다. 지난해 개막을 기준으로 한다면 무키 베츠가 1번, 오타니 쇼헤이가 2번이다. 이어 프레디 프리먼이 3번,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4번을 맡는다. 베츠가 시즌 중반 몸에 맞는 공 여파로 빠진 뒤로는 오타니가 1번으로 이동해 대활약했고, 베츠 복귀 후에도 월드시리즈까지는 오타니 1번, 베츠 2번으로 테이블세터를 꾸렸다. 어떤 식이든 김혜성 뒤에는 오타니 혹은 베츠라는 최정상급 선수들이 붙는다.
김혜성이 출루한다면 언제든지 장타를 칠 수 있는 두 선수의 득점력이 극대화된다. 김혜성은 럭스에 비해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지 않고 공격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반대로 주루 하나는 럭스보다 확실히 우위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위권 주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김혜성이다. 1루에 있다가도 큰 장타 하나에 홈까지 파고들 수 있다. 김혜성이 실력으로 주전을 차지해 이런 꿈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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