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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반려동물 기르며 늙어가는 1인 가구 많아질 것… 사회적 대책 필요

사계 D 2025. 1. 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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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인 가구도 가끔 외로울 때가 있다. 이럴 때 도움되는 존재가 바로 ‘반려동물’이다. 2024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4 반려동물 양육 경험 및 펫팸족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또 하나의 친구 또는 가족을 갖고 싶어서”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응답이 1인 가구(44.0%)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비혼·비출산 인구가 증가하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1인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과 함께 늙어가는 삶에 대비해야 할 때다. 지난 6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스코필드홀에서 열린 ‘반려동물 2.0. 반려동물과 라이프스타일 변화’ 포럼은 반려동물과 인간이 다같이 즐겁게 나이 들 방법을 모색했다. 수의학 전문가들은 노령 반려동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건강 관리 전략을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학·노년학 전문가는 반려동물 동반 입소가 가능한 요양원 등 노인 거주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할 때 연 1~2회 건강 검진받아야

반려동물은 아픈 티를 잘 내지 않는다. 아프면 공격당하는 야생의 섭리가 아직 몸에 배어있어서다. 이에 KB 경영연구소가 반려동물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이 아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1주일 이상 방치한 적 있다’는 항목에 7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보호자가 이상을 감지했을 땐, 수의사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반려동물이 멀쩡해 보여도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내과학 유민옥 임상조교수는 “호르몬 질환, 인지 장애, 치과 질환, 백내장 등 안질환, 부정맥·혈전증 등 심혈관 질환 같은 대부분 병은 일찍 발견할수록 예후가 좋다”며 “특히 암은 초기에 발견해야 치료도 쉽고, 기대 수명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보통은 동물병원에서 최소 연 1회 건강 검진을 받을 것이 권장된다. 만 6세~10세에는 적어도 연 2회는 받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 나이와 몸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검사 항목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혈액 검사 ▲요검사 ▲영삼 검사가 기본이다.

사람에선 생애 단계별로 체계적인 국가 건강 검진이 시행되고 있으나 동물에선 아직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1인 가구의 비용·시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효율적인 반려동물 건강 검진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유민옥 교수는 “반려동물 건강 검진 데이터를 모아서 생애 주기, 품종 소인, 성별, 거주 환경, 식습관, 가족력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품종별, 생애 주기별 권장 건강 검진 항목과 검진 주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칫솔질로 구강 관리해야 즐거운 노년기 보내

노령기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일찍이 구강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해야 한다. 구강 상태가 나빠 음식을 씹고, 뜯고, 먹을 수 없으면 먹는 즐거움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몸 다른 곳이 연쇄적으로 망가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 수의치과 김세은 임상교수는 “심내막염과 신장 질환이 구강 질환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두 질환으로 사망한 동물의 심장 내막과 사구체 플라그에서 치주염 세균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하루 한 번 칫솔질하는 것이다. 칫솔을 45도로 기울인 다음, 칫솔모가 잇몸과 치아 사이로 약간 파고든 상태서 비벼준다. 잇몸에서 이빨 끝 방향으로 모를 회전하며 닦아낸다. 김세은 교수는 “모가 잇몸 안으로 어느 정도 들어간 상태서 바깥 방향으로 닦아내야 이빨과 잇몸 사이에 끼어있던 음식물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칫솔질하기 싫어하는 반려동물은 양치질 후에 간식으로 보상을 줘야 한다. 양치질을 즐거운 행위로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코가 짦은 대부분의 소형견 ▲닥스훈트·아탈리아 그레이하운드·슈나우저 등 코가 긴 견종 ▲임신·출산을 겪은 동물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동물 ▲당뇨병·쿠싱 증후군 등 호르몬 질환이 있는 동물은 치주 질환에 특히 취약하니 더 신경 써야 한다. 침을 지나치게 흘리거나, 잘 못 씹거나, 잇몸이나 이빨을 건드릴 때 아파하면 치주 질환이 의심되니 수의사에게 데려가야 한다. 김세은 교수는 “치태나 치석이 적어도 잇몸 아래 가려진 치아 상태가 나쁜 경우가 있으니, 구강이 건강해 보여도 동물병원엔 주기적으로 데려와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 잘 관리하면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구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동반 입소 가능한 노인 거주 시설 필요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홀몸 노인이 대표적이다. 노년기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지닌다. 보호자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반려동물에게 정서적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사람보다 생애가 짧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가족학·노년학 연구자인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김경민 교수는 “반려동물이 자연사했는지, 병사했는지, 투병 중 급사했는지에 따라 적절한 애도 방식이 다르다”며 “펫로스(반려동물 상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잘 이별하는 방법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반려동물의 유일한 보호자인 노인이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에 가야 할 때, 남겨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대부분 노인 주거 시설은 반려동물 동반 입소가 금지돼있다. 자신이 기르던 반려동물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시설 입소를 미루기도 한다. 김경민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인이 자신의 집에 그대로 살도록 하면서, 노인 돌봄 서비스에 더불어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하는 요양원도 많아져야 한다. 국내에는 아직 한 곳밖에 없다.

노인이 불가피하게 시설에 입소해야 할 때, 기르던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할 수 있다면 낯선 공간도 집처럼 느낄 수 있다. 김경민 교수는 “노인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변화에 반려동물이 어떻게 공존하며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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